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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음식 준비는 전날 하루에 몰아서 하는 것보다 2~3일 전, 전날, 당일로 일을 나눠두는 편이 훨씬 덜 힘들었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음식은 신선해야 한다는 생각에 장만 미리 봐두고 갈비찜, 잡채, 전, 나물을 명절 전날 한꺼번에 만들었습니다. 아침부터 시작했는데 저녁이 되어도 싱크대에는 설거지가 쌓여 있고 냉장고에는 뜨거운 음식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 진이 빠지곤 했습니다.
살림을 20년 넘게 하다 보니 명절 음식은 무조건 빨리 만들어두는 것도, 전부 전날 만드는 것도 답은 아니었습니다. 음식마다 미리 해둬도 괜찮은 일이 있고 먹기 가까운 시간에 해야 맛과 상태가 좋은 일이 따로 있었습니다. 특히 냉동 고기 해동, 양념 만들기, 마른 재료 준비처럼 미리 해도 되는 일과 전 부치기, 잡채 마무리처럼 나중에 하는 일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사용하는 순서는 메뉴와 냉장고 자리 확인 → 2~3일 전 해동과 양념 준비 → 전날 손질과 오래 걸리는 음식 조리 → 당일 전·잡채처럼 바로 먹을수록 좋은 음식 마무리입니다. 이렇게 나누고 나서부터는 명절 전날 하루 종일 부엌에 서 있는 시간이 확실히 줄었습니다. 모든 음식을 3일 전부터 만들자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핵심은 미리 해도 되는 일만 골라 앞당기는 것입니다.
음식보다 냉장고 자리부터 확인하니 일이 줄었습니다
예전에는 명절 준비라고 하면 제일 먼저 메뉴부터 적었습니다. 갈비찜, 잡채, 동태 전, 동그랑땡, 시금치나물, 고사리나물을 적고 장을 잔뜩 봐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요리를 시작하려고 하면 냉장고가 이미 평소 반찬과 식재료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큰 갈비찜 냄비를 넣을 곳도 없고 전을 담은 용기를 둘 칸도 부족해 그제야 냉장고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한 번은 갈비찜을 다 만들어놓고 넣을 자리가 없어 냉장고 안의 오래된 반찬통을 하나씩 꺼내 정리한 적도 있습니다. 요리는 끝났는데 냉장고 청소를 다시 시작한 셈이었지요. 그 이후로는 명절 음식 준비의 첫날을 요리하는 날이 아니라 냉장고 한두 칸을 비우는 날로 바꿨습니다.
먼저 명절까지 먹지 않을 것 같은 오래된 반찬과 식재료를 확인합니다. 냉동실도 열어 고기나 동태포를 넣을 자리가 있는지 봅니다. 그리고 완성된 갈비찜이나 전을 어떤 용기에 나눠 담을지도 미리 꺼내둡니다. 이 작업을 해두면 전날 음식을 다 만든 뒤 뜨거운 냄비를 들고 냉장고 앞에서 자리를 만드는 일이 없어집니다.
그다음 메뉴를 확정합니다. 저는 예전에는 명절이면 전을 네다섯 종류는 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네 사람이 먹으면서 갈비찜, 잡채, 나물까지 같이 먹으면 전 한 종류를 많이 먹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가족 수와 손님 수를 보고 전 종류부터 줄입니다. 동태전과 동그랑땡 두 종류만 하기도 하고 호박전은 다른 음식이 많으면 과감하게 빼기도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사람 수보다 ‘몇 끼 먹을 것인가’였습니다. 네 명이 명절 당일 한 끼만 집에서 먹는 집과 네 명이 연휴 사흘 동안 계속 집밥을 먹는 집은 준비량이 같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이제 4명이라고만 적지 않고 ‘4명 × 집에서 먹는 끼니 수’를 먼저 적습니다.
예전에는 메뉴를 많이 만드는 것이 풍성한 명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음식을 세 가지 더 만들면 재료 손질과 설거지도 같이 늘어납니다. 지금은 명절 음식 준비의 첫 순서를 ‘무엇을 만들까’보다 ‘무엇을 안 만들어도 될까’에서 시작합니다. 이것만 바꿔도 전날 해야 할 일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2~3일 전에는 요리보다 해동과 양념을 먼저 합니다
명절 2~3일 전에는 저는 완성된 음식을 많이 만들지 않습니다. 대신 시간이 걸리지만 미리 해둔다고 맛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일을 처리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냉동 재료 확인, 필요한 식재료 장보기, 양념 준비, 마른 재료 정리입니다.
특히 냉동 갈비나 냉동 동태포를 사용한다면 전날 밤 급하게 상온에 꺼내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냉동식품을 냉장 해동하거나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해동하도록 안내하고 있고, 상온이나 온수에 오랜 시간 두는 방식은 피하도록 설명합니다. 그래서 저는 냉동 고기가 있다면 사용할 시점을 거꾸로 계산해 냉장실로 미리 옮깁니다.
갈비찜 양념도 이때 만들어둘 수 있습니다. 간장, 설탕이나 올리고당, 다진 마늘 등 우리 집에서 사용하는 양념을 한 용기에 미리 계량해 냉장 보관합니다. 예전에는 갈비찜을 만드는 날 간장을 찾고 마늘을 다지고 배를 갈면서 조리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냄비에 불을 올리기도 전에 시간이 꽤 지나갔습니다.
잡채도 당면 자체를 며칠 전부터 삶아두는 것보다 사용할 재료를 확인하고 양념만 준비하는 정도로 끝냅니다. 말린 표고버섯이나 건나물처럼 불리는 시간이 필요한 재료가 있다면 제품의 조리법을 확인해 사용할 시점에 맞춰 준비합니다. 2~3일 전의 목적은 음식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당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없애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시간을 재본 적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갈비찜을 시작하면서 양념을 만들고, 잡채를 시작하면서 다시 간장과 참기름을 꺼내고, 나물을 무치면서 또 깨와 마늘을 찾았습니다. 양념장을 만들고 재료를 찾고 다시 정리하는 시간이 한 번에 5~10분 정도씩 들어갔습니다. 세 가지 음식에서 이 과정이 반복되면 20분 이상은 금방 지나갔습니다.
지금은 자주 쓰는 양념과 필요한 도구를 한 번에 꺼내 준비해 두고 같은 재료가 들어가는 음식은 같이 손질합니다. 예를 들어 당근이 잡채와 갈비찜 양쪽에 필요하다면 한 번 씻고 필요한 양만 나눕니다. 양파와 대파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확한 조리시간은 집마다 다르겠지만 같은 식재료를 음식별로 세 번 꺼내고 세 번 씻는 일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체감되는 차이가 컸습니다.
전날에는 손질과 오래 걸리는 음식부터 끝냅니다
명절 전날은 가장 많은 일을 하는 날이지만 예전처럼 모든 음식을 완성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먼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다시 데워 먹기에도 비교적 부담이 적은 음식부터 처리합니다. 갈비찜처럼 조리시간이 긴 음식, 고사리나 도라지처럼 손질과 조리가 필요한 나물 등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전을 전날 아침부터 잔뜩 부쳐놓고 하루 종일 주방에 두지는 않습니다. 명절에는 평소보다 많은 양을 한꺼번에 만들기 때문에 완성된 음식의 보관까지 조리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많은 양의 음식을 미리 조리할 경우 빠르게 식혀 냉장 보관하도록 안내합니다.
저도 예전에는 뜨거운 갈비찜을 큰 냄비째 식탁에 놓아두고 완전히 식기를 기다렸습니다. 양이 많으니 가운데 부분은 생각보다 천천히 식었습니다. 지금은 필요한 경우 보관하기 좋은 크기의 용기에 나눠 열을 빨리 식힌 뒤 냉장 보관합니다. 큰 양을 한 덩어리로 두는 것보다 여러 용기로 나누면 식히기도 쉽고 다음 날 필요한 만큼만 꺼내기도 편했습니다.
고기와 채소 손질 순서도 바꿨습니다. 예전에는 도마 하나를 두고 생각나는 음식부터 만들었습니다. 채소를 썰다가 고기를 썰고 다시 나물용 채소를 손질하니 중간중간 도마와 칼을 계속 씻어야 했습니다. 지금은 바로 먹거나 가열하지 않는 채소부터 손질하고, 생고기와 생선은 뒤쪽에 처리합니다. 칼과 도마도 가능하면 용도에 따라 구분합니다.
식약처에서도 생고기와 달걀은 가열 없이 먹는 채소와 닿지 않게 보관하고, 날음식과 조리된 음식의 조리도구를 구분하도록 안내합니다. 명절처럼 한꺼번에 여러 음식을 만들 때는 평소보다 식재료가 조리대에 많이 올라오기 때문에 저는 이 순서를 더 신경 씁니다.
전날에 미리 부쳐야 하는 전이 있다면 완전히 익힌 뒤 식혀서 냉장 보관하고, 당일 먹기 전에 다시 데웁니다. 고기완자처럼 다진 고기가 들어가는 음식은 겉만 보고 익었다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식약처는 육류를 중심온도 75℃에서 1분 이상, 어패류는 85℃에서 1분 이상 충분히 가열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전날에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다음 날 맛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음식부터 처리하는 것이 제 기준입니다. 나물이나 완성된 음식의 보관 가능 기간도 재료와 조리 상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며칠씩 미리 만들어두는 방식은 피합니다.
전과 잡채는 당일 마무리하니 오히려 편했습니다
제가 예전에는 명절 당일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명절 아침까지 요리하면 준비를 못 끝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날 밤 10시가 넘어도 잡채를 볶고 전을 부쳤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애써 만든 잡채는 다음 날 면이 불거나 서로 붙어 있었고, 전도 갓 부쳤을 때의 상태와는 달랐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당일 할 일을 조금 남겨둡니다. 대신 전날까지 재료 준비를 끝내놓습니다. 잡채라면 채소와 고기 준비를 해두고, 전이라면 사용할 재료를 손질해 냉장 보관합니다. 당일에는 조리만 하면 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을 부치는 데 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날 재료 씻기와 썰기, 그릇 준비까지 모두 마친 상태라면 당일에는 팬을 꺼내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전날 모든 것을 끝내겠다고 밤늦게까지 부엌에 서 있으면 다음 날 몸이 더 힘들었습니다. 저는 ‘당일 요리 30분을 없애기 위해 전날 밤 한 시간을 더 일하는 게 정말 이득인가’를 생각한 뒤 준비 방식을 바꿨습니다.
당일 순서는 먹는 시간에서 거꾸로 계산합니다. 갈비찜처럼 데우는 데 시간이 걸리는 음식부터 꺼내 준비하고, 전을 데우거나 새로 부칩니다. 잡채는 가능한 한 식사와 가까운 시간에 마무리합니다. 나물과 과일처럼 차갑게 먹는 음식은 뜨거운 음식 준비가 끝난 뒤 상에 올립니다.
이때도 완성된 음식을 식탁에 아침부터 모두 꺼내놓지는 않습니다. 식약처는 조리한 음식을 바로 먹지 않을 경우 빠르게 식혀 냉장 보관하고, 상온에 두었다면 2시간 이내 섭취하도록 안내합니다. 명절에는 음식을 큰 상에 계속 펼쳐두기 쉬운데 저는 먹을 만큼만 덜어놓고 나머지는 냉장 보관하는 편으로 바뀌었습니다.
많이 만들어 냉장 보관한 음식은 먹기 전에 충분히 재가열 합니다. 특히 한 냄비 가득 만든 갈비찜이나 국은 겉만 뜨거워진 상태에서 끝내지 않고 속까지 충분히 데웁니다. 남은 음식을 여러 번 꺼냈다 넣었다 하기보다 한 번 먹을 양으로 나눠 보관하는 것도 편했습니다.
명절 당일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편한 준비법은 아니었습니다. 미리 해도 되는 일을 앞당기고, 갓 만들어야 좋은 음식 몇 가지만 당일에 남겨놓는 것이 저에게는 결과적으로 가장 덜 바빴습니다.
지금은 3일 준비표 하나만 보고 움직입니다
20년 동안 명절 음식을 하면서 지금은 머릿속으로 모든 순서를 기억하려 하지 않습니다. 냉장고에 작은 메모 하나를 붙여두고 끝난 일에 줄을 긋습니다. 이렇게 해놓으면 가족이 도와줄 때도 “뭘 하면 돼?”라는 질문에 바로 하나씩 나눠줄 수 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기본적인 명절 음식 준비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 2~3일 전: 메뉴 확정, 냉장고 자리 만들기, 장보기, 냉동 재료 냉장 해동 시작, 양념 재료 확인
- 전날 오전: 채소와 나물 재료 손질, 공통 재료 한꺼번에 썰기, 양념장 만들기
- 전날 오후: 갈비찜 등 오래 걸리는 음식 조리, 일부 나물 조리, 완성 음식 빠르게 식혀 냉장 보관
- 당일: 전과 잡채 등 바로 먹을수록 좋은 음식 마무리, 미리 만든 음식 충분히 재가열, 과일과 차가운 음식 준비
물론 이 순서가 모든 집에 맞는 것은 아닙니다. 명절 당일 아침부터 손님이 오는 집이라면 전을 전날 부쳐야 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가족이 적고 갈비찜과 전 한두 종류만 준비한다면 굳이 3일에 걸쳐 준비할 필요도 없습니다. 시판 전이나 완제품을 일부 이용하는 집이라면 준비 과정은 더 짧아집니다.
특히 회나 생선, 생채소처럼 신선도가 중요한 음식은 며칠 전에 미리 손질해 두는 방법을 무조건 적용하면 안 됩니다. 냉동식품 역시 한번 해동한 뒤 다시 냉동하는 방식은 피합니다. ‘미리 준비한다’는 말은 음식을 무조건 빨리 만들어놓는다는 뜻이 아니라 안전하게 앞당길 수 있는 일을 골라낸다는 뜻입니다.
예전에는 명절 전날 저녁에 음식 여섯 가지가 전부 완성되어 있어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런데 밤늦게까지 일하고 다음 날 다시 음식을 데우다 보니 정작 명절 당일에는 제가 가장 지쳐 있었습니다. 지금은 전날 밤까지 완성되지 않은 음식이 있어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재료 준비가 끝났고 당일 조리 순서가 정해져 있으면 오히려 훨씬 여유가 있습니다.
제가 지금 생각하는 명절 음식 준비의 핵심은 ‘얼마나 많이 미리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전날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얼마나 앞뒤로 잘 나눴느냐’입니다. 장보기부터 조리까지 하루에 몰아넣지 않고 해동과 양념은 앞당기고, 오래 걸리는 요리는 전날, 바로 먹을수록 좋은 음식은 당일로 남겨두니 명절 부엌일이 훨씬 덜 버거워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