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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효율 등급을 볼 때 저는 예전에는 무조건 1등급을 사야 전기요금을 가장 많이 아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냉장고와 에어컨을 몇 번 바꾸면서 가격과 연간소비전력량을 같이 비교해 보니 1등급이라고 해서 무조건 가장 경제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품 가격이 훨씬 비싼데 연간 전기요금 차이는 생각보다 작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전제품에 붙어 있는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라벨은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나뉩니다. 숫자가 낮을수록 에너지효율이 좋은 제품이라는 뜻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이 숫자 하나만 보고 1등급이면 좋은 제품, 3등급이나 4등급이면 전기세가 많이 나오는 제품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실제로 제품을 고를 때는 등급 숫자만 보면 안 됐습니다. 같은 용량과 비슷한 기능의 제품끼리 비교하면서 연간소비전력량과 연간에너지비용, 제품 가격을 같이 보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특히 냉장고나 에어컨처럼 몇 년씩 사용하는 가전은 구입 가격과 앞으로 낼 전기요금을 함께 계산해보면 선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1등급이면 무조건 전기요금이 반값일 줄 알았습니다

예전에는 에너지 효율 등급을 볼 때 숫자 차이를 그대로 전기요금 차이처럼 생각했습니다. 1등급이 가장 좋고 5등급이 가장 낮으니 1등급 제품은 5등급보다 전기를 절반쯤 적게 쓰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에너지 효율 등급은 그렇게 단순하게 해석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제품마다 효율을 평가하는 방법이 다르고 각 품목의 등급 기준도 다릅니다. 냉장고는 냉장고 기준으로, 에어컨은 에어컨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종류의 가전을 등급 숫자만으로 비교할 수 없습니다.

같은 제품군 안에서도 용량이 다르면 소비전력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300L 냉장고와 800L 냉장고가 모두 1등급이라고 해도 1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이 같다는 뜻은 아닙니다. 큰 냉장고는 유지해야 하는 공간 자체가 훨씬 크기 때문에 실제 연간소비전력량은 더 많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1등급이라는 숫자보다 라벨에 적힌 연간소비전력량을 먼저 봅니다. 예를 들어 A 냉장고가 1등급이고 연간 300kWh를 사용하고, B 냉장고도 1등급인데 연간 400 kWh를 사용한다면 두 제품의 실제 전기사용량은 상당히 다릅니다.

같은 1등급인데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처음에는 이상했습니다. 그런데 용량, 기능, 크기 자체가 다르면 당연히 필요한 에너지양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냉장고 문이 네 개이고 용량도 훨씬 큰 제품과 작은 일반 냉장고를 같은 조건으로 볼 수 없는 것입니다.

반대로 2등급 제품이라고 무조건 1등급보다 전기를 많이 쓰는 것도 아닙니다. 용량이 다른 제품끼리 비교하면 작은 2등급 제품이 큰 1등급 제품보다 연간 전력사용량이 적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에너지 효율 등급은 ‘비슷한 제품끼리 비교할 때 쓰는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예전에는 가전매장에 가면 빨간색 1등급 표시가 크게 보이는 제품부터 찾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먼저 필요한 용량과 기능을 정하고, 그 조건이 비슷한 제품끼리 에너지효율등급과 소비전력량을 비교합니다. 등급 숫자 하나만 볼 때보다 훨씬 현실적인 비교가 됐습니다.

등급보다 연간 전기요금을 같이 보니 답이 달랐습니다

에너지 효율 등급을 제대로 보기 시작하면서 제가 가장 많이 확인하게 된 숫자가 연간에너지비용입니다. 제품 라벨이나 제조사 정보에는 연간소비전력량과 함께 예상되는 에너지비용이 표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 숫자를 거의 보지 않았습니다. 1등급이라고 써 있으면 그냥 전기세가 적게 나오겠지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두 제품을 비교해 보면 등급 차이보다 연간비용 차이가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비슷한 용량의 냉장고 두 대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A는 1등급이고 표시된 연간에너지비용이 4만5000원, B는 3등급이고 6만 원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두 제품의 예상 전기요금 차이는 한 해 약 1만 5000원입니다.

그런데 A 제품 가격이 B보다 9만 원 비싸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9만원 ÷ 연간 1만 5000원 = 약 6년입니다. 6년 정도 사용해야 제품을 살 때 더 낸 9만 원을 전기요금 차이로 회수하는 셈입니다.

물론 이 계산은 이해를 위한 예시입니다. 실제 전기요금은 사용환경과 전기요금 체계, 사용시간 등에 따라 달라지고 제품의 실제 소비량도 사용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계산을 한번 해보는 것만으로도 ‘1등급이면 얼마가 더 비싸도 무조건 산다’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반대로 가격 차이가 3만 원밖에 나지 않고 연간 예상 전기요금이 1만 5000원 차이라면 약 2년이면 차이를 회수합니다. 냉장고처럼 10년 가까이 사용하는 가전이라면 이런 경우에는 1등급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제품 가격 차이 ÷ 1년 예상 전기요금 절약액을 간단히 계산해 봅니다. 이 숫자가 2년인지 5년인지 10년인지에 따라 생각이 많이 달라집니다.

특히 전기를 오래 사용하는 냉장고, 김치냉장고처럼 하루 24시간 가동되는 가전이나 여름에 사용시간이 긴 에어컨처럼 소비전력 영향이 큰 가전은 효율 차이를 더 자세히 볼 가치가 있습니다. 반대로 1년에 몇 번밖에 사용하지 않는 가전이라면 등급 하나를 높이기 위해 제품 가격을 크게 더 내는 것이 경제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에너지 효율 등급의 경제성을 볼 때 중요한 것은 ‘1등급이냐 아니냐’보다 구입할 때 더 내는 돈을 사용 기간 동안 전기요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느냐였습니다. 저는 이 계산을 하기 시작한 뒤부터 가전제품 가격표를 보는 방법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같은 1등급도 예전 제품과 지금 제품은 같지 않았습니다

제가 에너지 효율 등급을 보면서 가장 의외였던 부분이 이것입니다. 저는 1등급이면 언제 만들어진 제품이든 똑같은 기준을 통과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효율등급 기준은 계속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 수준과 시장 상황에 따라 강화될 수 있습니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제품 정보에서도 측정방법 변경이나 효율등급 기준 강화에 따라 제품의 제조일자에 따라 소비효율등급과 소비효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세탁기 같은 제품은 특정 시점부터 등급 기준이 강화됐고, 같은 모델명이라도 제조된 날짜에 따라 표시 등급이 달라질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이걸 알고 나니 중고가전을 살 때도 에너지 효율 등급 숫자 하나만 믿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 전 1등급 제품과 최근 1등급 제품을 놓고 ‘둘 다 1등급이니까 전기효율이 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신제품끼리 비교할 때도 제조시기가 크게 다르면 효율기준이 달라졌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형 모델과 신형 모델을 비교할 때 가격 차이가 커서 구형 제품이 훨씬 저렴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효율등급만 같은지 보지 않고 연간소비전력량까지 같이 비교합니다.

예를 들어 구형 1등급 냉장고가 연간 400 kWh를 사용하고 신형 1등급 냉장고가 330 kWh를 사용한다면 둘 다 1등급이라고 해도 실제 전기사용량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 역시 가상의 숫자이지만 등급만으로 비교했을 때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지금은 ‘1등급 제품’이라는 말을 완성된 정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1등급이라는 것은 시작점이고, 그다음에 연간소비전력량과 제조일자, 용량, 기능을 같이 봐야 비슷한 제품끼리 제대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가전매장에서 1등급 스티커가 붙어 있으면 다른 숫자를 거의 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에너지 효율 등급은 제품 선택을 쉽게 도와주는 지표이지 제품의 전기요금을 단독으로 결정하는 숫자는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가전 살 때 네 가지 숫자를 같이 봅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가전을 살 때 확인하는 순서가 생겼습니다. 첫 번째는 필요한 용량입니다. 냉장고를 살 때 1등급을 찾기 전에 우리 집에 600L가 필요한지 800L가 필요한 지부터 정합니다. 필요 이상으로 큰 제품을 사놓고 에너지효율만 따지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가 에너지 효율 등급입니다. 필요한 용량과 기능이 비슷한 제품 중 1등급, 2등급, 3등급 제품을 비교합니다. 여기서 등급 차이를 확인한 뒤 세 번째로 연간소비전력량을 봅니다.

예를 들어 같은 700L대 냉장고 두 대가 각각 연간 320 kWh와 380 kWh를 사용한다면 한 해 60 kWh 차이가 납니다. 이런 식으로 실제 사용량 차이를 보니까 등급 숫자보다 훨씬 쉽게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네 번째가 제품 가격입니다. 1등급 제품이 2등급보다 20만 원 비싸다면 연간 전기요금 차이를 보고 그 20만 원을 몇 년에 회수할 수 있는지 계산합니다. 반대로 가격 차이가 몇 만 원밖에 나지 않는다면 장기간 사용할 가전에서는 효율이 높은 제품이 더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 보는 기준을 정리하면 ① 우리 집에 필요한 용량 → ② 같은 조건에서 에너지 효율 등급 비교 → ③ 연간소비전력량과 연간에너지비용 확인 → ④ 제품 가격 차이를 전기요금 절약액으로 나눠보기입니다.

여기서 기능도 무시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에너지효율이 조금 더 좋은 냉장고인데 제가 전혀 사용하지 않을 고급 기능 때문에 가격이 50만 원 더 비싸다면 단순히 효율 때문에 선택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가격 차이가 크지 않고 매일 사용하는 제품이라면 높은 등급을 우선합니다.

에어컨이나 제습기처럼 사용시간에 따라 전기 사용량 차이가 크게 달라지는 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름 내내 하루 종일 사용하는 집과 하루 한두 시간 사용하는 집에서는 높은 에너지효율의 경제성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같은 제품도 우리 집에서 얼마나 많이 사용할지가 결국 절약액을 결정합니다.

또 제품을 비교할 때는 한국에너지공단 효율관리제도 홈페이지에서 모델명으로 검색할 수도 있습니다. 제품별 효율등급과 소비전력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매장이나 쇼핑몰에 적힌 정보만 보기보다 비교하기 편합니다.

예전에는 ‘무조건 1등급을 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가전을 바꾸면서 직접 숫자를 따져보니 결론은 조금 달랐습니다. 1등급은 분명 에너지 절약 측면에서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가격 차이가 너무 크거나 사용시간이 짧다면 무조건 가장 경제적인 선택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반대로 하루 종일 켜두는 가전이나 오래 사용할 제품이라면 몇 만 원의 가격 차이를 아끼려고 낮은 효율 제품을 고르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손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에너지 효율 등급을 ‘좋고 나쁨’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살림 20년 동안 제가 정착한 기준은 아주 단순합니다. 1등급 표시만 보고 사지 말고 같은 용량끼리 연간소비전력량과 연간 전기요금, 제품 가격 차이까지 세 숫자를 같이 보는 것입니다. 에너지 효율 등급은 제품을 고르는 출발점이고, 실제 우리 집에서 이득인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얼마나 오래, 얼마나 자주 사용할지였습니다.

 

참고자료

한국에너지공단 – 에너지소비 효율등급 표시제도
https://www.energy.or.kr/front/conts/105002004003000.do

한국에너지공단 효율관리제도 – 에너지절약 효과 비교
https://eep.energy.or.kr/more/compare_efficiency.aspx

한국에너지공단 효율관리제도 – 제품검색
https://eep.energy.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