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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주방용품 관리는 냄새가 나거나 끈적거린다고 무조건 삶는 것부터 시작하면 안 됩니다. 실리콘 뒤집개와 집게, 얼음틀처럼 자주 쓰는 제품을 오래 써보니 세척 방법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재질과 내열온도 그리고 손잡이 구조였습니다.

저는 예전에는 실리콘 주방용품이 참 관리하기 편한 재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무처럼 물을 먹지도 않고 금속처럼 프라이팬을 긁을 걱정도 적으니 사용하고 주방세제로 쓱 씻으면 끝이라고 생각했지요. 냄새가 나면 뜨거운 물에 삶고 빨간 양념이 배면 베이킹소다를 뿌려 박박 문지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사용하다 보니 이상한 점이 생겼습니다. 깨끗하게 씻은 실리콘 주걱인데도 손으로 만지면 묘하게 미끈거리는 것이 있었고 마늘이나 카레를 볶은 뒤에는 세제를 두 번 써도 냄새가 남는 제품도 있었습니다. 반대로 뜨거운 물에 자주 담가 씻었더니 손잡이와 실리콘이 연결된 부분이 헐거워진 것도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실리콘이라는 이름이 같다고 관리 방법까지 전부 같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통째로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제품과 나무 손잡이가 연결된 제품이 다르고 오븐용 실리콘 틀과 조리용 뒤집개의 권장 내열온도도 제품마다 다릅니다. 지금은 냄새가 난다고 바로 삶지 않습니다. 먼저 기름막인지 냄새인지 변색인지부터 구분한 뒤 관리하고 있습니다.

끈적한 실리콘은 세제로 한 번 더 씻어봤습니다

실리콘 뒤집개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분명 설거지를 했는데 표면이 뽀드득하지 않고 살짝 미끄러운 느낌이 날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실리콘이 오래돼서 녹기 시작한 줄 알고 버린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새 제품에서도 기름진 삼겹살이나 볶음 요리를 한 뒤 비슷한 느낌이 나는 것을 보고 정말 재질이 변한 것인지 세척이 덜 된 것인지 확인해 봤습니다.

제가 집에서 확인할 때는 아주 간단하게 비교합니다. 기름진 음식을 조리한 실리콘 도구를 먼저 평소처럼 주방세제로 한 번 씻고 완전히 말립니다. 말린 뒤 손가락으로 표면을 문질러 미끈한 느낌이 남아 있는지 확인합니다. 느낌이 남아 있으면 미지근한 물이 아니라 조금 따뜻한 물과 주방세제를 이용해 다시 씻고 굴곡이나 손잡이 연결 부분까지 부드러운 수세미로 닦았습니다.

같은 실리콘 주걱을 그냥 한 번 씻었을 때와 기름기를 충분히 제거해 두 번 세척했을 때를 비교하면 제 경우에는 두 번째 세척 후 미끄러운 느낌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끈적임이 느껴진다고 바로 실리콘 자체가 손상됐다고 판단하지 않고 먼저 기름막이 남아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원리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실리콘은 물과는 잘 섞이지 않는 성질이 있지만 기름 성분이나 지용성 냄새 성분은 표면에 남거나 재료 내부로 천천히 이동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기 기름이나 버터처럼 지방이 많은 음식을 뜨겁게 조리한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얇은 기름막이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름을 충분히 씻어내지 않으면 세척을 끝냈는데도 미끈거리거나 냄새가 남았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그래도 기름막이 잘 없어지지 않을 때는 저는 베이킹소다를 아주 소량 사용합니다. 베이킹소다에 물을 조금 섞어 묽은 반죽처럼 만든 뒤 실리콘 표면에 얹어 두었다가 10분 정도 후 부드러운 수세미로 가볍게 닦고 주방세제로 다시 씻습니다. 다만 이것도 모든 제품에 무조건 적용하지 않습니다. 인쇄가 되어 있거나 표면에 별도의 가공이 된 제품은 제조사 세척법을 먼저 확인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철수세미처럼 거친 도구로 긁지 않는 것입니다. 기름막 하나 없애겠다고 표면을 상하게 만드는 것이 더 손해였습니다. 세척 후에도 계속 끈적거리고 물에 씻은 뒤 완전히 말려도 표면 상태가 이상하다면 그때는 단순한 기름때가 아니라 제품 자체의 열화 가능성까지 생각해 보는 편이 낫습니다.

냄새가 난다고 무조건 삶는 건 그만뒀습니다

실리콘 주방용품 관리법을 찾아보면 가장 흔하게 나오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열탕소독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마늘 냄새나 고기 냄새가 밴 주걱을 발견하면 냄비에 물을 끓여 넣었습니다. 실리콘은 열에 강하니까 끓는 물 정도는 당연히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었습니다. 실리콘 부분은 열에 견딜 수 있어도 손잡이는 나무일 수 있고 내부에는 다른 플라스틱이나 금속 부품이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접착제로 결합된 제품도 있습니다. 실제 제조사 사용설명서를 보면 실리콘 부분과 나무 손잡이의 관리법을 따로 구분해 놓은 제품도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부분이 실리콘이라고 해서 통째로 삶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실리콘 냄새를 없애기 위해 오븐에 넣거나 끓는 물에 삶는 방법도 많이 소개됩니다. 실제로 실리콘 베이킹 도구의 냄새를 열로 제거했다는 해외 살림 글과 영상도 여러 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방법을 모든 실리콘 제품의 기본 관리법으로 쓰지는 않습니다. 100% 실리콘인지 알 수 없거나 제조사의 오븐 사용 가능 표시가 없는 제품이라면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냄새가 나면 먼저 따뜻한 물과 주방세제로 기름기를 충분히 씻어냅니다. 한 번 씻고 바로 냄새를 맡지 않고 완전히 말린 다음 다시 확인합니다. 젖어 있을 때는 세제 향과 음식 냄새를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실리콘 얼음틀이나 베이킹 틀처럼 냄새가 음식 맛에 바로 영향을 주는 제품은 향이 강한 주방세제를 많이 쓰지 않는 편이 저는 더 잘 맞았습니다.

그리고 아주 강한 냄새가 잘 배는 용도는 아예 나누어 사용합니다. 마늘과 고추장 양념을 많이 다루는 조리용 실리콘 주걱과 케이크 반죽이나 생크림을 다루는 도구를 가능하면 구분합니다. 얼음틀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늘을 얼리던 실리콘 틀을 깨끗하게 씻어 바로 얼음용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용도를 분리해 두는 것이 냄새 관리에는 훨씬 편했습니다.

결국 냄새 관리에서 제일 효과가 있었던 것은 강한 세척법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기름진 음식을 사용한 직후 바로 씻고 완전히 말리고 냄새가 강한 식재료와 디저트용 도구를 분리하는 것이었습니다. 냄새가 난 뒤 힘들게 없애는 것보다 처음부터 덜 배게 사용하는 것이 훨씬 수월했습니다.

내열 250도라는 숫자도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실리콘 주방용품을 살 때 ‘내열온도 200℃’나 ‘250℃’라는 숫자를 보고 마음 놓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내열온도가 높으면 프라이팬 위에 올려놓아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요리하다가 실리콘 뒤집개를 팬 가장자리에 그대로 걸쳐놓은 적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내열온도는 제품이 허용하는 사용 온도를 나타내는 것이지 불꽃에 직접 닿아도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가스레인지 불꽃이나 뜨겁게 달궈진 금속 팬의 특정 부분은 음식이 있는 팬 내부보다 훨씬 높은 온도가 될 수 있습니다. 제조사에서도 실리콘 조리도구를 조리 중 팬 안에 계속 방치하지 말라고 안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제조사의 실리콘 조리도구는 최대 약 250℃까지의 내열성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숫자를 집에 있는 모든 실리콘 뒤집개에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제품에 따라 내열 기준이 다르고 손잡이와 내부 심의 재질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 실리콘 주방용품을 살 때 가장 먼저 보는 숫자가 바로 제품 자체에 표시된 내열온도입니다.

식기세척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전에는 실리콘이면 전부 식기세척기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100% 실리콘 제품과 나무 손잡이가 붙어 있는 제품은 다릅니다. 실제로 실리콘 헤드는 식기세척기에 사용할 수 있지만 나무 손잡이는 손세척하도록 안내하는 제품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처음 구입했을 때 포장이나 제품 설명에서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표시를 먼저 확인합니다.

특히 손잡이가 빠지는 형태라면 연결 부위도 한 번씩 확인합니다. 음식물이나 세척수가 틈으로 들어가 그대로 남아 있으면 겉면을 아무리 깨끗하게 닦아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분리가 가능한 제품은 제조사 안내에 따라 분리해 세척하고 다시 조립하기 전에 완전히 말립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실리콘 제품을 고를 때 색깔이나 세트 구성보다 일체형인지, 내열온도가 몇 도인지, 식기세척기를 사용할 수 있는지, 연결 틈이 많은 구조인지를 먼저 봅니다. 살림을 오래 해보니 관리하기 쉬운 제품은 세척력이 좋은 제품이 아니라 애초에 음식물이 낄 틈이 적고 사용법이 명확한 제품이었습니다.

변색과 손상은 구분해서 봐야 했습니다

흰색이나 연한 색의 실리콘 주방용품을 사용하면 토마토소스나 고춧가루 그리고 카레를 사용한 뒤 색이 남는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색이 남으면 덜 씻긴 것 같아 계속 세제를 묻혀 닦았습니다. 그래도 주황색이나 노란색이 빠지지 않으면 락스에 담가볼까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변색과 오염은 반드시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음식의 색소가 실리콘에 남으면서 깨끗하게 세척한 뒤에도 색깔만 유지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눈으로 보기에는 깨끗해도 기름막이나 냄새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색 하나만 보고 깨끗한지 판단하지 않습니다.

제가 확인하는 것은 네 가지입니다. 완전히 말린 뒤에도 표면이 비정상적으로 끈적거리는지, 깊게 찢어지거나 갈라진 곳은 없는지, 열에 닿아 녹거나 모양이 변한 곳이 있는지, 음식에 냄새나 맛이 계속 옮는지입니다. 이 가운데 문제가 계속되는 제품은 오래 썼다는 이유로 붙잡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칼에 깊게 베인 실리콘 주걱이나 가장자리가 찢어진 얼음틀은 저는 교체합니다. 작은 흠집 하나 때문에 바로 버릴 필요까지는 없지만 틈이 점점 벌어지고 세척하기 어려워지면 관리의 장점이 사라집니다. 내부에 다른 재질의 심이 들어 있는 제품에서 실리콘이 찢어져 안쪽 구조가 드러났다면 계속 사용할 이유도 없습니다.

보관할 때도 예전에는 설거지한 뒤 물기가 조금 남아 있어도 서랍에 바로 넣었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말린 뒤 보관하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접거나 눌러 보관해야 하는 얇은 실리콘 매트도 장기간 심하게 구겨두기보다 제품 형태를 유지할 수 있게 보관합니다.

20년 살림을 하면서 실리콘은 거의 망가지지 않는 재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냄새가 나면 삶고 기름이 남으면 세게 닦고 변색되면 더 강한 세척제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강하게 씻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사용 직후 기름기를 제대로 씻는 것, 완전히 건조하는 것, 용도에 따라 도구를 나누는 것 그리고 제품에 적힌 내열온도와 세척법을 확인하는 네 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냄새가 난다고 무조건 삶지 않고 끈적인다고 바로 버리지도 않습니다. 먼저 기름때인지 실제 손상인지 확인하고 제품마다 맞는 관리법을 적용하는 것. 이것이 제가 여러 방법을 써본 뒤 남긴 가장 현실적인 실리콘 주방용품 관리법입니다.

 

참고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기구 및 용기·포장의 기준 및 규격」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

Le Creuset 「Care and Use – Silicone」 Le Creuset 관리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