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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템 추천 글을 보면 꼭 사야 할 것처럼 보이는 물건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살림 20년 동안 이것저것 사본 제 경험으로는 좋은 살림템은 비싸거나 신기한 물건이 아니라 실제로 일주일에 몇 번씩 손이 가는 물건이었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SNS에서 자주 보이거나 디자인이 예쁘면 한번쯤 사고 싶어졌습니다. 수납용품도 세트로 맞추고, 청소도구도 기능이 많을수록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몇 달 지나면 잘 쓰는 것은 몇 개뿐이고 나머지는 수납장 한쪽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살림템을 고르는 기준을 바꿨습니다. ‘이게 있으면 좋아 보일까?’가 아니라 ‘이 물건을 일주일에 몇 번이나 꺼내 쓸까?’를 먼저 따져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지금도 계속 사용하는 밀대, 세탁망, 욕실 스퀴지, 투명 밀폐용기, 행주, 주방가위, 타이머까지 7가지를 다시 살펴봤습니다.
단순히 “이건 좋아요”라고 추천하지 않고 실제로 얼마나 자주 쓰는지, 비슷한 물건 없이도 해결할 수 있는지, 어떤 집에서는 굳이 필요하지 않은지도 함께 따져봤습니다. 살림템을 많이 사는 것이 살림을 편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 반복되는 불편 하나를 확실하게 줄여주는 물건을 고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지금 제 결론입니다.
예전에는 많이 갖추면 살림이 편한 줄 알았습니다
살림을 처음 할 때는 집에 없는 물건이 보이면 하나씩 채우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수납함도 크기별로 사고, 청소도구도 바닥용·창문용·틈새용으로 따로 사두었습니다. 주방 서랍에는 가위도 여러 개 있었고 밀폐용기도 세트로 맞췄습니다. 처음에는 살림이 훨씬 체계적으로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이상했습니다. 물건은 많아졌는데 살림이 꼭 편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청소도구를 넣어둘 공간을 정리해야 하고, 밀폐용기는 용기보다 맞는 뚜껑을 찾느라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기능이 여러 개 붙은 주방용품은 세척이 귀찮아 어느 순간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번은 일주일 동안 제가 실제로 어떤 살림도구를 몇 번 꺼내는지 간단하게 메모해봤습니다. 정확한 실험실 측정은 아니고 우리 집에서 평소처럼 생활하면서 사용할 때마다 표시를 해본 것입니다. 의외로 비싸게 산 물건보다 밀대, 행주, 주방가위처럼 단순한 물건에 표시가 훨씬 많이 생겼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살림템을 가격만으로 판단하지 않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2만 원짜리 물건을 일주일에 5번씩 1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1회 사용하는 비용은 약 77원입니다. 반대로 5만 원짜리 물건을 한 달에 한 번밖에 쓰지 않는다면 1년 동안 12번 사용하니 한 번 사용할 때 약 4,167원꼴입니다.
물론 살림용품을 정말 이렇게까지 계산해서 살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격보다 ‘얼마나 자주 쓰는가’를 생각하면 충동구매가 확실히 줄어듭니다. 저는 요즘 사고 싶은 살림템이 생기면 바로 주문하지 않고 며칠 동안 같은 불편이 얼마나 반복되는지 봅니다. 일주일에 여러 번 불편함을 느낀다면 사는 쪽을 생각하고, 한두 번뿐이라면 집에 있는 물건으로 해결할 수 없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결국 좋은 살림템의 첫 번째 기준은 기능의 개수가 아니었습니다. 자주 생기는 불편을 얼마나 간단하게 해결해주는가였습니다. 이 기준으로 다시 보니 제가 오래 사용하는 7가지 물건에도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모두 꺼내기 쉽고 사용법이 단순하며 사용 후 정리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밀대와 세탁망은 싸서가 아니라 자주 써서 남았습니다
제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살림템 중 하나가 의외로 단순한 밀대입니다. 무선청소기도 있지만 바닥에 머리카락 몇 가닥이나 과자 부스러기가 떨어졌다고 매번 청소기를 꺼내지는 않게 됩니다. 예전에는 ‘조금밖에 안 더러운데 나중에 청소하지’ 하고 지나갔습니다. 그러다 며칠 지나면 먼지가 눈에 띄게 많아져 결국 집 전체를 청소해야 했습니다.
밀대를 가까운 곳에 두고 나서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머리카락이 보이면 마른 청소포를 끼워 1~2분만 밀어줍니다. 매번 집 전체를 깨끗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곳만 그때그때 처리하는 겁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청소 성능 자체보다 꺼내는 데 부담이 없다는 점이 밀대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집에 밀대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로봇청소기를 매일 돌리고 바닥에 물건이 거의 없는 집이라면 사용 횟수가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머리카락이 많이 떨어지는 집이나 아이가 있어 바닥에 작은 부스러기가 자주 생기는 집이라면 활용도가 높습니다.
밀대를 고를 때도 기능보다 구조를 먼저 봅니다. 헤드가 너무 두꺼우면 침대나 소파 아래에 들어가기 어렵고, 손잡이가 무거우면 잠깐씩 쓰기가 귀찮아집니다. 저는 헤드가 낮고 방향 전환이 잘되며 시중 청소포와 규격이 잘 맞는지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세탁망도 비슷했습니다. 저는 예전에는 세탁망이 속옷을 보호하는 용도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작은 망 몇 개만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빨래를 많이 하다 보니 세탁망의 장점은 옷 보호뿐 아니라 세탁 후 정리 시간을 줄여준다는 데 있었습니다.
특히 양말이나 작은 속옷을 한 망에 모아두면 세탁이 끝난 뒤 세탁조 안에서 한 짝씩 찾는 일이 줄어듭니다. 얇은 옷이나 다른 옷과 엉키기 쉬운 옷을 분리하는 데도 편했습니다. 다만 옷을 무조건 세탁망에 넣는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망 안에 옷을 너무 꽉 채우면 세탁물이 움직일 공간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저는 한 망에 욕심내서 넣지 않습니다.
세탁망 역시 여러 모양을 세트로 잔뜩 살 필요는 없었습니다. 작은 것, 중간 것, 큰 것처럼 자주 사용하는 크기 몇 개면 충분했습니다. 지퍼가 다른 옷에 걸리지 않도록 덮개가 있는지, 세탁 후 잘 마르는지도 확인합니다. 밀대와 세탁망이 제게 오래 남은 이유는 특별한 기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일주일에 여러 번 반복되는 일을 조금씩 줄여줬기 때문입니다.
욕실은 세제보다 물기를 줄이는 도구가 더 남았습니다
욕실 청소에 대한 제 생각도 꽤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물때가 보이면 강한 세정제를 뿌려 닦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깨끗한 욕실은 얼마나 열심히 닦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주말마다 한꺼번에 욕실 청소를 하면 꽤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욕실 스퀴지를 사용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샤워를 마친 뒤 유리와 벽에 남아 있는 물기를 스퀴지로 밀어보니 보통 1~2분이면 끝났습니다. 처음에는 매번 하는 게 더 귀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일주일 뒤 굳어 있는 물자국을 여러 번 문지르는 것보다 부담이 적었습니다.
원리도 어렵지 않습니다. 욕실처럼 물을 많이 사용하는 공간은 젖어 있는 시간을 줄이고 환기를 시켜 습기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 환경보호청도 실내 곰팡이 관리에서 핵심은 습기 조절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욕실에서는 샤워할 때 환풍기를 사용하거나 창문을 열어 습도를 낮추는 것을 권합니다. 스퀴지가 욕실을 소독하는 도구는 아니지만 표면에 남아 있는 물을 물리적으로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다만 스퀴지만 사용하면 욕실 청소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미 생긴 물때나 비누 찌꺼기를 없애는 기능은 없고, 곰팡이가 생긴 부분을 단순히 밀어낸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욕실이라면 물기를 제거하는 것과 함께 환풍기나 환기를 병행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스퀴지를 고를 때는 날이 넓고 비싼 제품보다 타일이나 유리에 고르게 밀착하는지를 봅니다. 무거운 제품은 처음 며칠은 잘 쓰다가 나중에는 걸어만 두게 되더라고요. 샤워 후 한 손으로 바로 집어 들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것이 저에게는 잘 맞았습니다.
주방에서는 같은 이유로 행주를 자주 사용합니다. 예전에는 싱크대에 튄 물을 키친타월로 닦았습니다. 한두 장씩 쓰다 보니 하루에도 여러 장이 필요했고 쓰레기도 계속 생겼습니다. 지금은 싱크대 물기용과 식탁용 행주를 구분해서 씁니다.
그런데 행주는 흡수력만 보고 고르면 안 됐습니다. 너무 두꺼운 제품은 물은 잘 먹지만 잘 마르지 않아 냄새가 나기 쉬웠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흡수력과 함께 세탁하기 쉽고 빨리 마르는지도 확인합니다. 식품을 다루는 주방에서 사용하는 천은 자주 교체하고 세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식품 안전 지침에서도 조리 과정에서 사용하는 천을 청결하게 관리하고 조리기구와 표면을 깨끗하게 세척하는 것을 중요하게 봅니다.
주방에서는 예쁜 세트보다 보이고 잘 씻기는 게 중요했습니다
주방에서 가장 많이 실패했던 살림템은 밀폐용기였습니다. 한때는 냉장고 안을 예쁘게 정리하고 싶어서 같은 디자인의 용기를 세트로 샀습니다. 작은 통부터 큰 통까지 여러 개가 들어 있었는데 실제로 몇 달 사용해보니 자주 쓰는 크기는 두세 가지뿐이었습니다.
오히려 크기가 지나치게 다양하면 뚜껑을 찾는 일이 귀찮았습니다. 용기 하나를 꺼내놓고 맞는 뚜껑을 찾아 서랍을 뒤진 적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투명하고 크기가 어느 정도 통일된 밀폐용기를 선호합니다. 투명한 용기의 가장 큰 장점은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바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남은 파나 채소를 불투명한 통에 넣어두고 며칠 뒤에야 발견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내용물이 보이지 않으니 있는 것 자체를 잊어버린 겁니다. 투명한 용기를 사용한 뒤에는 남은 반찬이나 식재료가 바로 보여 먼저 먹어야 할 것을 찾기가 쉬워졌습니다.
하지만 투명하다고 무조건 좋은 밀폐용기는 아닙니다. 제가 지금 보는 기준은 내용물이 잘 보이는지, 뚜껑 구조가 복잡하지 않은지, 세척하기 쉬운지, 겹쳐 보관할 수 있는지입니다. 패킹이 복잡한 제품은 밀폐력은 좋아도 틈 사이를 씻고 말리는 것이 귀찮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국물이 있는 음식을 자주 보관한다면 단순히 뚜껑이 가벼운 것보다 밀폐 성능이 중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주방가위도 비슷했습니다. 예전에는 저렴한 가위를 여러 개 사두면 편할 줄 알았습니다. 하나가 잘 안 들면 다른 것을 쓰면 된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서랍에는 가위만 늘어나고 정작 손에 잘 맞는 가위는 한두 개뿐이었습니다.
지금은 기능이 여럿 붙은 제품보다 기본적인 두 가지를 봅니다. 잘 잘리는가, 그리고 사용 후 제대로 씻을 수 있는가입니다. 특히 생고기나 생선을 자르는 데 사용했다면 세척이 중요합니다. 식품안전나라에서도 식중독 예방을 위해 조리도구를 깨끗하게 세척·소독하고 날음식과 조리된 음식이 교차오염되지 않도록 구분해서 사용할 것을 안내합니다.
그래서 고기나 생선을 자르는 가위라면 날 사이까지 닦기 쉬운 구조인지 확인합니다. 분리형 가위가 편할 수 있지만 분리하고 조립하는 과정이 불편하거나 날을 다룰 때 위험하다고 느끼는 분에게는 꼭 정답은 아닙니다. 주방도구는 기능이 많은 것보다 내가 매번 제대로 세척할 수 있는 구조를 고르는 것이 더 현실적이었습니다.
일곱 번째 타이머까지 따져보니 고르는 기준이 보였습니다
마지막 살림템은 타이머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이걸 살림템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휴대전화에도 타이머가 있으니 굳이 별도의 물건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세탁기나 주방에서 다른 일을 동시에 하는 경우가 많아서 작은 타이머를 생각보다 자주 사용했습니다.
예전에는 세탁기를 돌린 뒤 청소를 하다가 끝난 것을 잊은 적이 많았습니다. “조금 있다가 꺼내야지” 했다가 30분,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지금은 세탁 예상 시간이 50분이라면 타이머를 비슷하게 맞춰둡니다. 청소도 하기 싫을 때는 10분만 맞춰두고 시작합니다.
재미있는 건 타이머가 직접 집안일을 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밀대처럼 먼지를 없애주지도 않고 스퀴지처럼 물기를 제거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집안일을 시작하고 끝내는 시간을 정해준다는 점에서 제게는 활용도가 높았습니다.
물론 휴대전화 타이머를 잘 사용하는 분이라면 별도의 타이머를 살 필요가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지금 살림템을 고르는 방식입니다. 좋은 물건이어도 이미 집에 있는 것으로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굳이 살 이유가 없습니다.
7가지를 다시 비교해보니 결국 밀대는 작은 바닥 청소를 바로 하기 위해, 세탁망은 빨래 정리를 줄이기 위해, 스퀴지는 욕실에 남는 물을 줄이기 위해, 투명 밀폐용기는 냉장고 속 식재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행주는 주방 물기를 바로 닦기 위해, 주방가위는 조리를 빠르게 하기 위해, 타이머는 집안일을 미루지 않기 위해 사용합니다.
공통점은 단순했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생기는 특별한 문제보다 일주일에 여러 번 반복되는 작은 불편을 해결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살림템을 고를 때 세 가지를 먼저 묻습니다. 첫째 일주일에 몇 번 사용할까, 둘째 지금 있는 물건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 셋째 사용 후 세척과 보관까지 귀찮지 않을까입니다.
예를 들어 하루 한 번 사용하는 1만 원짜리 물건이라면 1년 동안 약 365번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한 번 사용하는 데 약 27원입니다. 반대로 5만 원짜리 물건을 1년에 다섯 번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면 1회당 1만 원꼴입니다. 물론 가격만으로 물건의 가치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살림템을 살지 말지 고민할 때는 꽤 도움이 되는 계산입니다.
살림 20년 동안 제가 사고 가장 잘 썼던 물건들은 결국 가장 비싼 것도, 가장 유행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눈앞의 불편을 자주 해결해주고 꺼내기 쉽고 다시 정리하기도 쉬운 물건이 끝까지 남았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살림템 추천을 부탁하면 이제는 무조건 이 7가지를 사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욕실 물기가 늘 고민이라면 스퀴지가 잘 맞을 수 있고, 로봇청소기를 매일 사용하는 집이라면 밀대는 필요 없을 수도 있습니다. 냉장고 속 음식을 자주 잊는다면 투명한 밀폐용기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미 투명 용기를 충분히 갖고 있다면 새 세트를 살 이유는 없습니다.
예전에는 좋은 살림템을 많이 갖추면 살림이 편해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물건이 늘어날수록 그것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일도 함께 늘었습니다. 알고 보니 살림을 편하게 만드는 것은 물건의 개수가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없어서 정말 반복해서 불편한가’를 확인한 뒤 사는 것이 제가 가장 오래 지키고 있는 살림템 구매 기준입니다.
참고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
https://www.foodsafetykorea.go.kr/
미국 환경보호청(EPA)
https://www.epa.gov/mold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USDA FSIS)
https://www.fsis.usda.gov/food-safet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