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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빨래 순서, 무조건 수건부터 돌리는 게 가장 빠를까요? 20년 동안 주말마다 빨래를 몰아서 해보니 빨래 종류보다 분류와 건조 시간을 먼저 따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습니다.
저는 예전에는 일요일 아침이면 빨래통을 열자마자 수건부터 세탁기에 넣었습니다. 수건은 두껍고 마르는 데 오래 걸리니 당연히 먼저 돌려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다음에는 속옷, 밝은 색 옷, 진한 색 옷을 차례로 돌렸습니다. 오랫동안 이렇게 해왔기 때문에 이 순서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주말 빨래가 세 번이나 네 번씩 이어지는 걸 보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탁기가 실제로 돌아가는 시간보다 다음 빨래를 고르고 주머니를 확인하고 세탁망을 찾느라 보내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기 때문입니다. 수건을 먼저 넣느냐 티셔츠를 먼저 넣느냐보다 세탁과 세탁 사이에 생기는 빈 시간이 더 큰 문제였던 겁니다.
그래서 요즘은 일요일 빨래 순서를 정할 때 무조건 정해진 순서를 따르지 않습니다. 빨래를 모두 꺼내 먼저 분류하고, 어떤 빨래가 가장 오래 말려야 하는지를 본 뒤 순서를 정합니다. 20년 살림을 하면서 제가 알고 있던 빨래 상식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눈에 보이는 빨래부터 넣었더니 오히려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예전에는 주말 아침에 빨래가 산처럼 쌓여 있으면 마음부터 급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해야 오전 안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아 눈에 보이는 빨래부터 세탁기에 넣었습니다. 보통 수건을 먼저 넣고 세탁 버튼을 누른 다음 나머지 집안일을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첫 번째 세탁이 끝난 뒤였습니다.
두 번째 빨래를 넣으려고 빨래통을 열면 그제야 밝은색과 진한 색 옷을 나눴습니다. 바지 주머니도 뒤져보고 지퍼도 잠그고 속옷은 세탁망에 넣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10분 정도는 금방 지나갑니다. 세탁기는 멈춰 있는데 저는 바닥에 앉아 빨래를 정리하고 있는 셈이지요.
한 번은 시간을 한번 재봤습니다. 우리 집에서 자주 쓰는 세탁 코스를 약 50분이라고 가정해 세 번 돌리면 세탁기 작동 시간은 약 150분입니다. 그런데 세탁 사이마다 다음 빨래를 준비하는 데 10분씩 두 번 걸리면 총 170분이 됩니다. 반대로 처음에 빨래를 전부 분류해 두면 세탁이 끝난 뒤 꺼내고 다음 빨래를 넣는 데 2~3분이면 충분했습니다.
세탁 코스와 빨래 양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제가 해보니 빨래 세 번을 돌리는 날에는 순서를 고민하는 것보다 세탁기가 멈춰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훨씬 효과가 컸습니다. 예전에는 빨래 순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빨래를 돌리기 전 준비가 더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세탁기 버튼부터 누르지 않습니다. 빨래통을 먼저 비운 뒤 수건, 밝은색 옷, 진한 색 옷, 세탁망이 필요한 옷 정도로 나눕니다. 새 청바지나 새 검은색 옷처럼 물 빠짐이 걱정되는 옷도 따로 빼둡니다. 이때 주머니도 한꺼번에 확인합니다.
예전에 검은 바지 주머니에 휴지를 넣어둔 채 빨았다가 검은 옷 전체에 하얀 휴지 조각이 붙은 적이 있습니다. 빨래를 빨리하려고 서두르다가 오히려 옷을 털고 다시 정리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그 이후로는 세탁 전 5분 정도는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여러 번 실패하고 나서 느낀 건 빨래 전 5분이 빨래 후 20분을 아껴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수건부터 돌리는 게 정말 정답일까요
제가 오랫동안 지켜온 일요일 빨래 순서의 첫 번째는 수건이었습니다. 수건은 얇은 티셔츠보다 두껍고 물을 많이 머금어 자연건조를 하면 마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그래서 건조기가 없던 시절에는 수건을 오전에 가장 먼저 세탁해 널어두는 방법이 꽤 잘 맞았습니다.
특히 습도가 높은 여름이나 겨울철 실내에서는 오후 늦게 수건을 세탁하면 밤이 되어도 약간 축축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 날은 수건을 다시 펼쳐 널어두거나 다음 날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랫동안 ‘주말 빨래는 무조건 수건부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건조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수건을 세탁한 뒤 바로 건조기로 옮길 수 있다면 꼭 수건이 첫 번째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날 저녁 다시 사용해야 하는 침구나 건조기에 넣기 어려워 자연건조해야 하는 옷이 있다면 그런 빨래를 먼저 하는 편이 더 편했습니다.
제가 직접 여러 번 순서를 바꿔보니 수건부터 세탁하는 방법은 자연건조를 많이 하는 집에서는 꽤 효율적이지만 건조기를 사용하는 집까지 무조건 따라야 하는 방법은 아니었습니다. 같은 빨래 순서라도 집마다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무엇을 먼저 빨까?’보다 ‘무엇이 가장 늦게 마를까?’를 먼저 생각합니다. 자연건조를 한다면 두꺼운 수건이나 면 소재 빨래를 오전에 먼저 돌립니다. 저녁에 꼭 써야 할 이불이 있다면 침구를 먼저 세탁합니다. 반대로 건조기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날은 빨래 양이 가장 많은 종류부터 처리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모든 집에 똑같은 순서를 적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건조대에 널어 말리는 집과 건조기를 사용하는 집은 효율적인 빨래 순서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20년 동안 수건부터가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결국 우리 집의 예전 건조 환경에 잘 맞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많이 넣고 많이 부으면 더 빨리 끝날까
주말 빨래가 많을 때 제가 했던 또 하나의 실수가 있습니다. 세탁기에 빨래를 최대한 많이 넣고 세제도 평소보다 넉넉히 넣는 것이었습니다. 빨래를 한 번이라도 덜 돌려야 시간이 절약될 것 같았고, 옷이 많으니 세제도 많이 넣어야 더 깨끗하게 빨릴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면 꼭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빨래를 세탁통에 너무 빽빽하게 넣었던 날은 옷이 엉켜 나오거나 헹굼이 개운하지 않다고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결국 일부 빨래를 다시 헹구면 시간을 줄이기는커녕 세탁 시간이 더 길어졌습니다.
세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전에는 빨래가 많아 보이면 뚜껑에 세제를 한 번 더 조금 부었습니다. 세제 냄새가 진하게 나면 깨끗하게 빨린 것 같아 만족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사용하다 보니 세제를 많이 넣는다고 빨래가 눈에 띄게 더 깨끗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세제를 눈대중으로 넣기보다 제품에 표시된 세탁물 양과 권장 사용량을 확인합니다. 특히 농축 세제는 제품마다 한 번에 사용하는 양이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똑같이 1L짜리 액체세제라고 해도 한 번 세탁할 때 필요한 양이 다르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횟수도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1L 세제를 한 번에 50mL씩 사용한다면 단순 계산으로 약 20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같은 1L라도 한 번에 25mL를 사용한다면 약 40회가 됩니다. 그래서 세제를 고를 때는 용량만 보지 않고 ‘세탁 1회당 몇 mL를 사용하는지’를 확인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물론 아이들 운동복이나 작업복처럼 오염이 심한 옷은 평상복과 똑같이 처리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음식이나 기름 얼룩이 묻은 옷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빨래는 세제를 무조건 많이 넣는 것보다 얼룩 부분을 먼저 처리하고 옷의 세탁 표시와 사용하는 세제의 안내에 맞춰 세탁하는 편이 낫습니다.
반대로 잠깐 입은 티셔츠나 잠옷처럼 오염이 심하지 않은 옷까지 매번 강한 코스로 오래 돌릴 필요는 없었습니다. 살림을 오래 하다 보니 깨끗하게 빨겠다는 마음으로 세제와 시간을 무조건 늘리는 것보다 빨래 상태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지금은 빨래 종류보다 마르는 시간을 봅니다
예전에는 제 머릿속에 빨래 순서가 거의 정해져 있었습니다. 수건을 먼저 돌리고 평상복을 세탁한 다음 마지막에 침구를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이 순서 역시 항상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침구를 그날 밤 다시 사용해야 하는데 오후 늦게 세탁을 시작했다가 마르지 않아 난감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빨래 순서를 정할 때 세탁물 종류보다 마감 시간을 먼저 생각합니다. 오늘 저녁까지 꼭 필요한 빨래라면 먼저 합니다. 자연건조 시간이 오래 필요한 옷도 앞쪽으로 옮깁니다. 반대로 오늘 꼭 필요하지 않고 건조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침구는 다른 빨래를 모두 끝낸 뒤 돌리는 날도 있습니다.
지금 제가 주말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세탁이 아니라 분류입니다. 빨래통을 모두 비우고 약 5분 정도 옷을 나눕니다. 그다음 오늘 몇 번 세탁해야 할지 대략 계산하고, 가장 오래 말려야 할 것부터 첫 번째 빨래로 정합니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에는 두 번째 빨래가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세탁망이나 얼룩 확인까지 끝내둡니다. 세탁이 끝나는 시간을 잊어버리는 일이 잦아 휴대전화 알람을 맞춰둘 때도 있습니다. 세탁기가 끝났는데 20분씩 그대로 두면 결국 다음 세탁도 그만큼 밀리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기본 순서는 전체 빨래 분류 → 가장 오래 말려야 하는 빨래 → 밝은색과 진한 색 평상복 → 남은 두꺼운 빨래입니다. 수건이 첫 번째인 날도 있고 침구가 첫 번째인 날도 있습니다.
자연건조를 많이 하는 집이라면 수건이나 두꺼운 면 빨래를 오전에 먼저 돌리는 방법이 잘 맞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세탁기 바로 옆에 건조기가 있다면 수건 순서에 크게 얽매일 필요가 없습니다. 빨래 양이 적은 1~2인 가구라면 색상이나 종류를 지나치게 잘게 나눠 세탁 횟수를 늘리는 것도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결국 일요일 빨래 순서에는 모든 집에 똑같이 적용되는 정답이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정해진 순서대로 해야 살림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방법을 직접 해보니 세탁기 종류, 빨래 양, 건조기 사용 여부, 건조 공간에 따라 순서를 바꾸는 편이 훨씬 편했습니다.
주말마다 오전에 시작한 빨래가 오후까지 이어진다면 다음에는 수건을 먼저 돌릴지 옷을 먼저 돌릴지만 고민하지 말고 다른 부분도 한번 살펴보세요. 세탁 전에 빨래를 모두 나누는 데 몇 분이 걸리는지, 첫 번째 세탁이 끝난 뒤 두 번째 세탁을 시작하기까지 몇 분이나 세탁기가 쉬고 있는지 재보는 겁니다.
20년 동안 빨래를 하면서 제가 뒤늦게 바꾼 생각은 이것입니다. 빨래를 빨리 끝내는 핵심은 무조건 정해진 순서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집에서 가장 오래 말려야 하는 빨래를 먼저 찾고 세탁기가 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이 기준 하나만 정해두니 일요일마다 빨래 순서를 외울 필요도 없고 그날 상황에 맞춰 훨씬 편하게 세탁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