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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단통법이 폐지됐을 때 "이제 드디어 0원폰 시대가 다시 오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보조금 제한이 사라졌으니 통신사들이 가입자를 빼앗기 위해 경쟁적으로 지원금을 쏟아낼 것이라 믿었거든요. 그런데 폐지 후 약 1년이 지난 지금, 제가 예상한 흐름은 절반쯤만 맞았고 절반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번호이동 2.47% 증가, 기대와 현실의 차이
단통법, 즉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2014년에 도입됐습니다. 여기서 단통법이란 소비자마다 단말기 구매 가격이 크게 달라지는 문제를 막고 유통시장을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통신사의 공시지원금 공개를 의무화하고, 판매점이 추가로 줄 수 있는 지원금을 공시지원금의 15% 이내로 제한한 법률입니다. 예를 들어 통신사가 50만 원의 공시지원금을 내걸면 판매점은 최대 7만5천 원 정도만 추가로 얹어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5년 7월 22일, 약 11년간 유지됐던 이 법이 폐지됐습니다. 이후 가장 먼저 확인하게 된 것은 번호이동 수치였습니다. 번호이동이란 한 통신사에서 다른 통신사로 가입자가 이동하는 것을 뜻하는데, 통신사 간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주는 현실적인 지표입니다. 단통법 폐지의 효과가 본격 반영된 2025년 8월부터 2026년 7월까지 1년간 번호이동 건수는 약 761만4천 건이었습니다(출처: 전자신문). 직전 같은 기간 약 743만 건과 비교하면 증가율은 약 2.47%에 그쳤습니다.
제가 처음 이 수치를 봤을 때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겨우 2.47%?"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요.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월평균 번호이동이 약 90만 건 수준이었는데, 폐지 이후에도 월평균은 약 60만 건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특정 통신사의 침해사고로 위약금이 면제됐던 예외적인 기간을 제외하면 이 수치는 더 낮아집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생각보다 명확합니다. 통신사들이 법적으로 지원금을 얼마든지 줄 수 있게 됐다고 해서 실제로 경쟁적으로 지원금을 쏟아내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원금을 줄 수 있느냐가 아니라 고객을 빼앗길 위험을 느끼는지, 즉 경쟁 압력이 실제로 존재하느냐인 것 같습니다. 규제를 없애면 시장이 자동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는 항상 맞지 않는다는 걸 이번에 다시 실감했습니다.
- 단통법 폐지 후 1년간 번호이동 약 761만4천 건, 전년 대비 2.47% 증가에 그침
- 월평균 번호이동 약 60만 건 수준으로, 단통법 시행 이전 90만 건에는 여전히 못 미침
- 공시지원금 공개 의무 폐지, 추가지원금 상한 폐지로 법적 제한은 사라진 상태
- 선택약정(통신요금 25% 할인)과 판매점 추가지원금을 동시에 받는 것이 가능해짐
지원금 100만 원 돌파와 알뜰폰 90% 감소, 두 개의 민낯
그렇다고 단통법 폐지가 아무 효과도 없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폐지 직후 일부 휴대폰 집단상가에서는 출고가 253만 원짜리 갤럭시 Z 폴드7이 100만~120만 원대에 거래되는 사례가 나타났습니다(출처: 매일경제). 통신사 지원금에 판매점 추가지원금을 합치면 130만 원 이상의 혜택이 붙은 셈입니다. 과거 단통법 체제에서는 이런 구조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 구조를 실제로 활용하려면 상당한 사전 조사가 필요합니다. 온라인에서 같은 모델을 검색해도 '0원폰', '현금완납', '성지 특가'라는 표현이 뒤섞여 있고, 막상 자세히 읽어보면 번호이동 조건, 특정 고가 요금제 수개월 유지, 부가서비스 가입 등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단말기를 30만 원 싸게 샀더라도 월 5만 원 비싼 요금제를 6개월 유지해야 한다면 그 차이는 이미 사라집니다. 저도 처음에는 단말기 가격만 보고 '싸다'고 판단했다가 요금제 조건을 뒤늦게 확인하고 다시 계산한 적이 있었습니다.
더 복잡한 부분은 선택약정과 추가지원금을 함께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선택약정이란 통신사의 단말기 지원금을 받는 대신 통신요금의 25%를 24개월간 할인받는 제도를 말합니다. 과거에는 선택약정을 선택하면 유통점 추가지원금을 받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두 가지를 동시에 받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유리한 변화이지만, 실제로 어느 조합이 더 유리한지 계산하려면 요금제 수준과 유지 기간, 단말기 가격을 모두 따져야 합니다.
한편 제가 단통법 폐지에서 가장 우려스럽게 보는 부분은 알뜰폰 시장의 변화입니다. 2026년 상반기 알뜰폰의 번호이동 순증은 약 2만 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약 21만2천 건과 비교하면 90.6% 넘게 감소했습니다. 알뜰폰이란 이동통신 3사의 망을 빌려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통칭하는 말로, 단말기 구매와 통신 요금을 분리해 비용을 줄이는 방식에 최적화된 시장입니다. 그런데 통신 3사가 단말기 지원금과 고가 요금제를 묶어 가입자를 끌어들이면, 애초에 저렴한 요금제를 강점으로 내세우던 알뜰폰은 경쟁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가 제가 가장 걱정하는 지점입니다. 알뜰폰이 성장해야 통신 3사도 요금제 경쟁을 할 이유가 생깁니다. 단말기를 한 번 싸게 사는 것과 2년 동안 매달 통신비를 싸게 내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단통법 폐지되면 진짜 0원폰 살 수 있나요?
A. 법적으로는 지원금이 단말기 출고가를 초과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실제로 일부 집단상가에서는 출고가 대비 절반 수준에 거래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다만 번호이동 조건, 고가 요금제 수개월 유지, 부가서비스 가입 등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아 단말기 가격만으로 '싸다'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총 납부액 기준으로 반드시 비교해보시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선택약정이랑 추가지원금 동시에 받는 게 가능해요?
A. 네, 단통법 폐지 이후 가능해졌습니다. 선택약정은 통신사 단말기 지원금 없이 통신요금의 25%를 24개월간 할인받는 제도인데, 과거에는 이 경로를 택하면 판매점 추가지원금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두 가지를 동시에 받는 것이 가능하므로, 요금제 수준과 유지 기간을 고려해 어느 조합이 실제로 유리한지 직접 계산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Q. 단통법 폐지 후 알뜰폰은 어떻게 됐나요?
A. 수치상으로는 상당히 타격을 받은 모습입니다. 2026년 상반기 알뜰폰 번호이동 순증은 전년 동기 대비 90% 넘게 감소했습니다. 통신 3사가 단말기 지원금과 고가 요금제를 묶어 가입자를 유치하면서 저렴한 요금제가 강점이던 알뜰폰이 상대적으로 경쟁하기 어려워진 구조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Q. 공시지원금 확인을 어디서 하나요?
A. 단통법 폐지 이후 통신사의 공시지원금 공개 의무 자체는 사라졌습니다. 다만 각 통신사 홈페이지나 공식 앱에서 단말기별 지원금 정보를 자체적으로 안내하는 경우가 있어 직접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판매점마다 추가지원금이 다를 수 있으므로 여러 곳을 비교하는 수고가 과거보다 더 필요해졌습니다.
결론
단통법 폐지 1년을 돌아보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휴대폰이 모두에게 싸진 것이 아니라, 싸게 살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다시 커진 시장이 됐다는 것입니다. 법을 없애는 것만으로는 경쟁이 자동으로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앞으로 가장 필요한 변화는 보조금을 다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단말기 가격과 요금제·부가서비스·약정 조건을 포함한 2년 총 납부액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정보 공개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급제와 알뜰폰처럼 단말기 구매와 통신요금을 분리해 선택하는 시장을 키우는 방향도 장기적인 통신비 인하에 더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