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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김장 시기는 무조건 11월로 정하기보다 지역과 기온을 함께 봐야 합니다. 중부와 남부의 김장 시기 차이부터 김장하기 좋은 기온과 날짜를 잡는 기준까지 20년 살림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저는 예전에는 김장 날짜를 정할 때 달력부터 봤습니다. 11월이 되면 슬슬 김장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고 친정에서 김장하는 날이나 주변 사람들이 많이 하는 주말에 맞춰 날짜를 잡았습니다. 살림을 오래 하다 보니 김장은 당연히 11월에 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굳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 번 김장을 해보니 같은 11월인데도 결과가 꽤 달랐습니다. 어떤 해에는 김장을 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김치가 예상보다 빨리 익었고 또 어떤 해에는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 배추 겉잎이 얼어 물러진 적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배추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알고 보니 문제는 날짜보다 그해 기온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가을 김장 시기를 정할 때 11월 몇째 주인지보다 날씨를 먼저 확인합니다. 날짜를 하나 정해놓고 맞추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온이 어느 정도 내려왔는지와 갑작스러운 한파가 오는지를 같이 살펴봅니다.
김장은 꼭 11월에 해야 할까
예전에는 김장하면 자연스럽게 11월을 떠올렸습니다. 특히 중부 지방에서는 11월 중순이나 하순쯤 김장을 많이 하니 그 시기를 그대로 따라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11월 셋째 주나 넷째 주 가운데 가족이 모이기 편한 날을 골라 김장을 했습니다. 문제는 해마다 날씨가 같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11월 초인데도 낮 기온이 꽤 높은 해가 있고 반대로 11월 중순부터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해도 있습니다. 날짜만 보면 같은 11월이지만 배추가 놓이는 환경은 전혀 달라집니다. 김장김치는 담근 뒤에도 발효가 계속되기 때문에 기온이 높으면 숙성 속도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온이 너무 낮아지면 밭에 남아 있는 배추와 무가 냉해를 입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합니다.
과거 김장 적정 시기를 설명할 때 많이 참고한 기준 가운데 하나가 일 평균기온 약 4℃ 이하와 최저기온 0℃ 이하로 내려가는 시기입니다. 이 숫자가 모든 집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김장 날짜를 정할 때 달력만 보는 것보다 훨씬 이해하기 쉬운 기준이 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숫자를 이렇게까지 볼 필요가 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동안 김장한 날의 날씨를 돌이켜보니 너무 따뜻한 날에 김장을 했을 때와 날씨가 충분히 서늘해진 뒤 김장을 했을 때 김치가 익는 속도가 확실히 달랐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11월이 됐다고 바로 김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온이 충분히 내려왔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중부와 남부 김장 시기가 다른 이유
김장 시기를 검색하다 보면 서울과 경기 지역은 11월에 하고 남부 지방은 12월까지 김장을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전에는 지역마다 김장 문화가 달라서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따져보면 가장 큰 차이는 기온입니다. 추위가 먼저 시작되는 중부 지방은 자연스럽게 김장 시기도 빨라지고 기온이 늦게 내려가는 남부 지방은 김장 시기도 뒤로 밀립니다.
서울과 경기 등 중부 지역에서는 보통 11월 중순부터 하순 사이에 김장 준비를 많이 시작합니다. 강원 내륙처럼 기온이 빠르게 내려가는 지역은 이보다 조금 앞당겨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남부 지방은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도 김장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해안처럼 비교적 따뜻한 지역은 그보다 더 늦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지역별 날짜도 그대로 믿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은 11월 말이 적당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서 무조건 마지막 주말에 김장하는 방식은 피하고 있습니다. 같은 서울이라도 그해 11월이 유난히 따뜻할 수 있고 갑자기 한파가 빨리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김장 날짜를 잡을 때는 지역별 평균적인 김장 시기는 1차 기준으로만 사용하고 실제 결정은 일주일 정도의 날씨 예보를 보고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었습니다. 중부 지역이라면 11월 중순부터 날씨를 살펴보고 남부 지역이라면 11월 말부터 12월 초 기온까지 넓게 보는 식입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김장 날짜 때문에 조급해지는 일도 줄었습니다. 주변에서 벌써 김장을 끝냈다고 해도 우리 지역 기온이 아직 높다면 조금 기다릴 수 있고 반대로 추위가 빨리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며칠 앞당길 수도 있습니다.
김장을 일찍 하면 더 좋을까 비교해 봤습니다
한동안 저는 김장은 빨리 끝낼수록 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하면 손도 덜 시리고 배추가 얼 걱정도 없으니 11월 초쯤 미리 해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해에는 평소보다 일찍 김장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해에는 낮 기온이 생각보다 높았습니다. 김장을 하고 바로 김치냉장고에 다 넣지 못해 일부를 베란다에 두었는데 평소보다 익는 속도가 빨랐습니다. 처음에는 양념에 문제가 있나 싶었습니다. 젓갈을 많이 넣었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양념을 사용했던 이전 해와 비교해 보니 가장 큰 차이는 김장한 뒤 며칠 동안의 기온이었습니다.
반대로 김장을 너무 늦게 미루는 것도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추위가 갑자기 찾아오면 밭에서 수확하기 전 배추와 무가 얼지 않을까 신경을 써야 했고 바깥에서 배추를 다듬는 일도 훨씬 힘들었습니다. 김장이라는 것이 하루만 날씨가 좋으면 되는 일이 아니라 배추를 구입하고 절이고 양념을 준비하는 며칠 동안의 기온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김장 날짜를 잡을 때 세 가지 숫자를 같이 봅니다. 첫 번째는 아침 최저기온입니다. 두 번째는 하루 평균기온입니다. 세 번째는 앞으로 5~7일 안에 갑자기 영하로 크게 떨어지는 날이 있는지입니다. 평균기온이 충분히 내려왔지만 강한 한파가 오기 전의 시기를 찾는 것입니다.
이 방법이 좋은 이유는 정확한 날짜 하나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11월 20일이 무조건 좋은 날이라는 식으로 정하기보다 11월 셋째 주와 넷째 주 가운데 기온이 더 적당한 날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가족들이 모여 김장을 한다면 후보 주말을 두 개 정도 잡아놓고 가까워졌을 때 날씨를 보고 결정하는 편이 훨씬 실용적이었습니다.
절임배추를 쓴다면 기준이 조금 달라집니다
요즘은 직접 배추를 절이기보다 절임배추를 주문해 김장하는 집이 많습니다. 저도 배추를 직접 절였던 때와 절임배추를 사용했을 때를 비교해 보면 김장 날짜를 정하는 방법이 조금 달랐습니다. 직접 배추를 준비할 때는 날씨에 따라 하루 이틀 날짜를 움직이는 것이 비교적 쉽지만 절임배추는 배송일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절임배추를 주문할 때 제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무조건 가장 늦은 날짜를 고르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지역의 평년 기온과 가족이 모일 수 있는 날을 먼저 확인한 뒤 배송 날짜를 잡습니다. 그리고 배송받은 배추를 오랫동안 방치하지 않고 가능한 한 빠르게 김장을 진행합니다.
배추를 고를 때도 크기만 보지 않습니다. 잎이 너무 얇거나 물러 있지는 않은지 배추 속이 어느 정도 차 있는지 그리고 절임배추라면 염도가 지나치게 강하지 않은지를 봅니다. 김장을 오래 해보니 비싼 제품을 고르는 것보다 배송일과 원산지 그리고 절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훨씬 중요했습니다.
반대로 집에서 직접 키운 배추나 텃밭 배추로 김장을 한다면 날씨가 더 중요해집니다. 배추와 무를 밭에 계속 두어야 하기 때문에 갑자기 강한 추위가 예보되면 김장 날짜보다 수확 시기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집에서는 달력에 적힌 김장 적정 시기보다 실제 기온 변화가 훨씬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또 김치냉장고를 바로 사용하는 집은 예전처럼 김장 후 외부 기온에 크게 의존하지 않아도 됩니다. 반대로 김장을 한 뒤 일정 시간 실온이나 베란다에 두었다가 냉장 보관하는 집이라면 김장 당일과 다음 날 기온도 꼭 같이 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김장 방법과 보관 환경에 따라 좋은 시기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은 달력보다 일주일 기온을 봅니다
20년 넘게 살림을 하면서 김장은 11월에 하는 집안 행사라고 생각했습니다. 매년 비슷한 날짜에 가족이 모였고 주변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김장을 했으니 굳이 이유를 따져볼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너무 일찍 했다가 김치가 빨리 익은 해도 있었고 추위가 갑자기 찾아와 배추 상태를 걱정했던 해도 겪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먼저 우리 지역에서 보통 김장을 하는 기간을 대략 확인합니다. 그다음 가능한 주말을 두 번 정도 골라둡니다. 그리고 김장하기 일주일 전부터 아침 최저기온과 낮 기온을 확인합니다. 날씨가 계속 따뜻하면 조금 미루고 갑자기 강한 추위가 예보되어 있다면 너무 늦추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루의 숫자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김장하는 날이 5℃라고 해서 무조건 적당한 것도 아니고 전날이 0℃였다고 해서 바로 김장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며칠 동안 기온이 서서히 내려가는 흐름과 이후 날씨를 함께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을 김장 시기를 한 날짜로 말해달라고 하면 저는 이제 11월 며칠이라고 답하지 않습니다. 중부 지방은 대체로 11월 중후반부터 남부 지방은 11월 말에서 12월 초까지 많이 하지만 해마다 기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달력에 김장 날짜부터 표시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번 실패하고 비교해 보니 날짜보다 기온이 먼저였습니다. 알고 보니 김장 적정 시기는 고정된 날짜가 아니라 날씨와 배추 상태 그리고 우리 집 보관 방법이 만나는 지점에 가까웠습니다. 지금은 날짜를 외우는 대신 김장하기 일주일 전 날씨를 확인하는 것이 우리 집에서 가장 실패가 적은 방법이 됐습니다.
